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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드라마

동주, 영화 후기, 어두었던 우리의 그 날을 밝혀준 이들

by 바뮬언니 2021. 11. 24.

출처: '동주' 영화 포스터 인용

 

1. 줄거리 

 이 영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윤동주와 그의 친척인 송몽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35년 북간도 용정에서 자란 두 청년은 문학을 사랑하며 서로에게 좋은 라이벌이자 친구였습니다. 청년이 된 그들은 나란히 경성의 연희전문대학에 입학하여 문예지를 만들며 나름의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내지만, 일본의 핍박이 거세지면서 몽규는 교토로, 동주는 도쿄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도쿄의 대학에서 동주는 교련 수업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머리카락을 잘립니다. 도쿄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압박도 점점 거세어지면서 동주는 몽규가 있는 교토로 향합니다. 교토에서 다시 만난 몽규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동주도 함께 하려고 하지만 몽규는 그에게 계속 글을 쓰길 권유합니다. 이때의 윤동주가 독립운동에 직접 나서지 못한 부끄러움을 글로 절실히 드러낸 시집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입니다. 그러던 중 몽규는 거세진 일본의 탄압 속에 결국 일본 경찰에게 잡히게 되고, 비슷한 시기에 동주 또한 자신의 시로 인해 일본 경찰에 의해 감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감옥에 갇힌 그들은 일본 간수들에 의해 억지스러운 심문을 받고,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으며 다른 수감자들이 이유 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동주와 몽규는 그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으나 결국 차가운 감옥 속에서 동주는 끝내 숨을 거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송몽규도 옥사를 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망한 뒤 6개월 뒤, 일본은 패망하고 조선의 독립이 찾아옵니다. 

2. 윤동주와 송몽규 

 윤동주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시인이지만, 송몽규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이었습니다. 윤동주의 고종사촌 형제였던 그는 윤동주와 동갑내기로 거의 대부분의 일생을 함께 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이자 문인이었습니다. 극 중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조용하고 내향적인 윤동주와는 반대로 송묭규는 리더십이 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우정이 더욱 깊어질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윤동주와 달리 송몽규의 이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라도 어두운 시절 빛을 밝혀준 송몽규의 이름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소신이 뚜렷했던 그는 12살의 나이에 교회학교를 인민학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그의 아버지의 주장에 따라 함께 연설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18세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등 문예에도 범상치 않은 실력을 보유한 그였습니다. 이런 그에게 윤동주도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역사의 기록에는 남지 않았으나 그의 지조 있는 독립 정신으로 인해 오늘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했으나 그 시절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수많은 위인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3. 느낀점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등 아픈 우리의 과거를 다룬 영화들을 접할 때면, 가끔은 이를 회피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그 시절의 고통을 차마 오늘의 나약한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시로 익숙한 윤동주의 이야기를 흘려보낼 수 없어서 찾아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배우들의 명연기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 필름으로 제작된 부분입니다. 일본에 억압된 우리 민족의 서러움과 주인공들의 비통함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흑백 처리된 화면을 통해 더욱 여실히 와닿았습니다.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접할 때마다, 과연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10대의 나이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독립 운동을 도모하던 이들. 그들에게도 분명 두려움이 있었을 텐데, 두려움보다는 나라 잃은 슬픔과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싸움을 선택한 사람들. 그 용기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는 작은 불의도 눈을 감는 사람이라 그 시절 그 어린 나이에 용기를 낸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글과 시를 통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나라를 잃는 것에 대한 슬픔과 서러움을 잊지 않게 해주는 윤동주 시인을 통해 글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한 줄의 글 속에 슬픔과 부끄러움, 분노와 아픔을 남긴 윤동주 시인의 글을 읽으면, 그 시절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감히 조금이나마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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